우크라 여파로 원달러 환율 1232.0원 돌파…1년 9개월만에 최고 수출 비중 높은 식품기업,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 긍정적 환율 상승 장기화 시 곡물가 등 수입산 원재료 구입 부담 커져
원·달러 환율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으며 식품·유통업계의 환율 손익 계산이 바빠지고 있다.
◆원자재 수입 많은 식품기업들, '수입액 증가' 우려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강세)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 곡물가격 및 원부재료 가격 상승 효과가 발생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입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식품기업의 타격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원화 가치까지 하락할 경우 해외에서 들여오는 식용 곡물가격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당장 국제 곡물가격 인상을 반영한 밀가루 수입 및 공급 업체가 출고가 인상에 나서고 밀가루를 사용한 빵, 과자, 라면 등의 판매가 인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구매 타이밍을 늦추는 등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선 주요 식품기업들이 3개월 이상 원재료 재고를 확보해 단기 영향은 피해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환율 상승이 계속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 달러로 원재료를 수입하는 대부분의 식품기업들은 수입 비용이 늘어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 높은 기업은 '환차익' 가능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식품기업들은 수출 거래에 달러 결제가 이뤄져 환율이 오를 수록 수출 금액이 늘어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환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회사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슈완스를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지난해 미주 지역에서 전년대비 29% 늘어난 4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부문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달러 거래 비중이 높아 원화 약세에 따른 단기적인 환차익이 발생, 1분기 영업이익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할 경우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 높은 기업은 달러 거래에 따른 환차익이 발생해 실적이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유통기업도 '환율 인상' 예의 주시
유통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은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적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 원자재 수입을 비롯해 수입 완제품의 가격 또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관된 목소리다.
백화점 업계는 환율 불안정이 장기화 되면 원자재 뿐만 아니라 수입 완제품의 가격 또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환율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상품 매입 시점 조절, MAR(시장평균환율)거래 활성화 등 적극적인 환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제품을 제조하는 패션업계도 원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상품 가격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단 최근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는 이미 수 개월 전 발주를 마친 상태여서 당장 피해가 크진 않을 전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도 문제지만 요즘 패션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고 악화 부분이다"며 "환율이든 코로나19든 원단 원가를 내리거나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면세점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반가워
해외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수입하는 면세점 업계는 환율 급등이 오히려 실적에 긍정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제품을 사고 파는데 환율이 낮을 때 구입해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변환 시 환차익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면세점의 경우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며 "단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손실도 이익도 크지 않게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면세점의 메인 고객이 중국인이어서 원화 평가절하가 지속되면 한국 면세점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에 큰 틀에선 원화 약세가 면세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