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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춘마디와 못갖춘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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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춘마디는 박자표대로 마다마다
처음부터 끝마디까지 갖추어진 마디를 말한다.
보통 센내기(세게) 셈여림을 시작한다.
못갖춘마디는 첫마디가 부족한데,
이 부족한 나머지 박자가
맨 끝마디와 합쳐서 한마디를 만든다.
때문에 여린내기(여리게)로 곡을 시작한다.
어쩌면 나는
목사, 설교자, 예배 인도지로서
부족하든지 갖추지 못한 사람일까?
오래 전 한 교인이 교회를 떠나면서
목사님은 왜? 예배 때마다 우세요?
싫었나 보다 찌질 해 보였나 보다.
그래서 한동안 어찌하든 참고
입 안쪽을 물어 피가 나도록
참았었다.
사실 그에게 ‘당신도 강단에 서서
한번 바라보시오‘ 라고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그것까지는...
예배 시작 전 설교자 석에 엎드려
기도를 하노라면 지익 발 끄는 소리,
돌돌돌 휠체어 구르는 소리,
철커덕 거리는 클러치 소리,
장애인들이 하나 둘 예배를 드리려
예배실로 들어서는 걸 듣는다,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인다,
쿨럭하고 가래 넘어오는 쇳소리,
얼른 따슨 물을 컵에 담아 오는
딸그락 소리, 혼자는 서기조차
힘들어하는 어르신들, 그리고
보조하고 섬기는 아내와 돕는 손길이
들리고 보인다.
타다닥 음음 콧노래 끽끽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보면
달려가는 발 소리, 뭔가 만족하면
콧노래를 부르고 뭔가 싫으면
계명조차 없는 소리를 지르는
자폐, 발달장애 아이들의 소리와
움직임이 보인다. 눈을 감아도
가슴으로 보인다. 이미 가슴을 쿵쿵
때리니 울 수밖에, 단 위에 서면
그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자리하고
눈이 흐려지고 눈물이 난다. 날 수밖에
저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려
주님과 소통하고 싶어서 온
그들을 보면 예뻐서 아파서
울 수밖에 당신도 단에 한번
서보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도 찌질해 보이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그들이 보기에
완성도 있는 예배를 드리고 싶어서
참아왔다. 억지로 참았다. 그런데...
울었다 그냥 운게 아니라 펑펑
통곡하듯 울었다. 지난주일에...
기도순례길에 그들의 아픔이
가득 담긴 기도요청문을 보며
기도했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그들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신
주님의 마음이 와 닿아서 그리고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예뻐서
설교를 마치고 마침 기도를
하는 순간 터지고 말았다.
결국 돌아서서 몇 번을
미안하다고 예배를 방해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 하고
숨이 골라질 때까지 울었다.
너무도 찌질해서 영상 예배를
기다리는 멀리 떨어진 예배자들
함께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분들에게
보낼 수가 없었다, 아예 만들지 않았다.
나는 못갖춘마디인가 보다.
처음 시작이 너무나 여리게
안할 것처럼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작은 희망은
나중 아주 나중 주님이 모자란 것을
채우심으로 갖춘마디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이 남아 있기에 계속 못갖춘마디로
살아가야 할까보다. 이번 신년 특새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못 갖춘 목사, 설교자, 예배인도지라서
더 깊은 시간을 가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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