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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폐 그리고 멈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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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도순례길 첫날,
완전무장 하고 팔봉산을
오른다. 호랑이도 발견하고,
부지럼에는 남다른 부부가
뒤로 빠지는 딱 한 가지는
산에 오르는 것, 어차피
내려올걸 뭐하러 올라가지?
한치의 이견도 없이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일년에 꼭 한번
산을 오르는 날이 있으니 바로,
기도를 하러 올라가는 이때 뿐,
산길이 얼어붙어서 내가 맘둔 곳을
정상이라 정하고 자리잡고, 기도.
하산해서 먼길을 출발하려다
사람 그림자 조차없는 길을 보고
문득 민폐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걸음을 멈춘다.
내가 정하고 은혜라 생각했던
일들이 요즘같은 때는 오히려
누군가들에게는 민폐인듯 해서
멈추고 돌아선다.
올 신년기도순례는 수양관 교회
주변에서 오며가며 하기로 한다.
기도원 보다 기도원같으니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내 방식의 것들이 내게는 좋아도
민폐라 느껴진다면 멈추어야지.
완전무장 했으니 추위도 견디겠고
바닥에 임집사가 보내준 매트도
깔았으니 지금 머문 곳이 기도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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