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은 깊이에 따라 1~4도로 나뉩니다. 1도와 2도의 차이 아시겠어요? 바로 물집의 차이입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125명이 동시 접속해 있는 이곳은 '한림대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 화상병원' 대강당. 28일 오후 1시께 접속했더니 서울 영등포구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 화상 안전 교육이 진행 중이다. 이름과 소속을 밝힌 아바타들이 '스마일', '하트' 등 이모티콘으로 강의에 호응하고 이따금 춤을 추기도 한다.
한림대의료원은 개원 5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어린이화상병원을 개원했다. 이날 1시간 가량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 곳곳을 게임하듯 둘러봤다.
가장 먼저 로비에 들어서니 왼쪽부터 대강당, 상담실, 클래스룸, 전시장, 플레이룸 입구가 보였다. 실제 병원 로비와 달리 가상병원 로비는 '거쳐가는 공간'으로, 실용적 운영에 초점을 맞춰 간단하게 구현됐다.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대강당을 거쳐 상담실에 들어서니 '진료과목', '진료시간표', '진료예약' 등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찾는 항목들이 키오스크 형태로 마련돼 있었다. 진료의뢰나 간단한 진료 상담 정도는 가상 공간에서 실무자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게 했고 전문상담사와 실시간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됐다.
이어서 접속한 클래스룸은 1~20까지 숫자가 적힌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기와 기능에 차이가 있는 각각의 공간에는 가로로 긴 책상과 의자, 메모보드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화상을 입은 아동, 청소년의 학습을 지원하는 화상병원학교의 온라인 클래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외부미팅 또는 회의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
화상 예방과 치료,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전시장은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만의 차별화된 장소다. 기존 콘텐츠 중 가장 활용 많이 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내용을 중심으로 집약했다. '산재 화상환자 심리지원 안내서', '화상환자와 돌봄가족의 몸과 맘 회복', '화상 장애인 일자리를 만나다' 등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플레이룸은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몸짱 소방관 전시회'도 이곳에서 진행 중이며 한쪽에서는 미로찾기를, 반대편에 마련된 게임존에서는 피아노 연주나 스도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공원광장으로 나오니 드라마 '오징어게임'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 '오징어게임' 촬영지인 만큼 포토존을 마련한 것. 무대 위에 올라가 캐릭터와 스크린샷을 찍으며 관람을 마무리했다.
이날 둘러본 메타버스 병원은 흥미로우면서도 친절하고, 무엇보다 문턱이 낮았다. 한림대의료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은 환자들에게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상병원을 열었다. 환자 외에는 사실상 방문을 제한하는 실제 병원과 달리 가상병원에서는 보호자들도 상담에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
또한 코로나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최근 열린 '화상경험 아동 엄마 일기' 토크 콘서트는 경험 공유가 소통과 위로로 이어져 반응이 뜨거웠다.
한림대의료원은 병원 전체로 메타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게더타운은 테스트베드"다. 지금은 한강성심병원 한 곳, 그 안에서도 어린이화상병원만 구현돼 있지만 앞으로 산하 5개 병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스마트병원 시스템과 시뮬레이션센터를 기반으로 의료서비스 전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