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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가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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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에 둘러친 거미줄,
채소랑 구분 못할만큼 자란 잡초,
바닥이 질겅할 만큼한 습기,
말 그대로 전쟁이다.
커피 한잔하고 시작해야지
맘은 그랬는데 급히 부르는
마을할메 '목사님!' 뭔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밭이 울어유' 나 이런
찬물 샤워를 네번이나 한 날,
그래도 수확물이 있어 흐믓한 날,
오르거나 내려 오거나 여유가 없네
코로나 19로 조용한 시골마을도
웅성 웅성 '애덜이 온다는 걸
오지 말라 했슈' 교회 성도를
주인공으로 한 인간극장 촬영팀이
온걸 보시고 한 소리 슬쩍 던지신다.
'체온 체크랑 다했어요'
'잉 목사님이야 어련히 하셨거슈?'
됐다는 건지 아니란 건지
여기서는 돌려 말하는걸
잘 알아 들어야 한다.
파주 교회 주차장에 핀
꽃 한송이가 밟힐까 케내어 온
아주 작은 꽃, 새로 이사왔으니
신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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