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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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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창문을 통해
마늘밭이 보이고 오늘도
허리가 잔뜩굽은 마늘밭
할메는 한번도 쉬지 않고
일만 합니다.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시며
아무때나 전화해도 되냐고,
이후로 밤이면 전화를 하시고
작은일, 큰일, 이런저런 사연을
풀어 놓으십니다.
말을 하고 싶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신가 봅니다. 비가 오기전
뽑아놓은 마늘의 흙을 털고 줄기를
잘라 저장고에 넣어야 돈다며
쉼 없이 일합니나. 참 고되 보입니다.
진흙처럼 굳어버린 흙을 터는게
손이 여간 아픈게 아닙니다.
반바지, 보라색 고무신, 장갑,
그리고 엉덩이 방석이 오늘은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일을 돕는내내 말씀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늘밭 할메의 자녀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햇볕에 그을리는 얼굴과
목덜미가 따갑지만 할메의
고달펐던 삶의 얘기들에
눈가가 더 따갑습니다.
'목사님을 이렇게 일로 부려서
어쩐데요?' '목사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괜찮아요'
근디 목사님 성경에 뭘 먹을지
염려 말라는 말이 있다는데
일을 하지 말라는건 아니지유?'
뜬금없는 질문에 '성경 말씀에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 말라는
말씀도 있어요 그러니 일 시키시면
일하고 저녁 맛있게 먹으면 되요.'
질문과 답이 서로 엇갈려도
통하는게 있는 모양이다.
할메 내일은 일찍부터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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