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본다!' 고 말하는, 청년처럼 보이는 장년의 사내,
최소리는 참 '나쁜 놈!'이다.
대한민국에서 한사람의 아티스트가 태어나려면 천부적 자질이 있어야하고
예술전공학과를 졸업 해야하고 유학도 다녀와야하고 귀국후에는
유학다녀온 티를 내는 귀국 전시회는 기본이고, 그쪽 기자나 평론가들에게 밥값, 술값도 꽤 써야한다. 그뿐인가 !
그럴듯한 대가에게 사사도 하고 소위 무소불위의 예술단체에
무조건 회원등록을 해야한다.
그정도는 해놔야 비로소 예술가연 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살아 낼 수 있다.
헌데, 최소리가 '나쁜놈!' 소리를 들어도 싼 이유는 이딴걸
싹! 무시해 버리고도 빳빳이 고개들고 잘사는, '참 싸가지? 를
찾아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비걸어 욕을 퍼부을 빈틈 마져도
안보이는 참으로 얄밉고 '나쁜 놈!' 이다.
'배운적도없고 스승도 없는데 어쩌라구요!'
그래서 그는 최소리라는 이름외에 다른 이름 하나를 더 쓴다.
'무지!'
'정말 아무것도 배운것도, 아는것도 없다보니 백치처럼 허당이다!'라는 뜻으로 쓴다.'말하는데 이 또한 '나는 무지 잘났으니 함부로 범접치 말라!'는 말로 들린다.
어찌됐든 이 사내는 세상과 친해지기는 애초에 글러먹었다.
그러니 세상을 두드릴 수 밖에,
처음엔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 세상을 노크하듯 두드려보곤 했다.
그러나 세상은 묵묵부답, 그래서 좀더세게, 그리고 아주쎄게
세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때때로 그의 노크에 답하는 지구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났다! 그래서 뼈가 부서지도록 두드렸다.
전라도 산골까지 찾아와 '동동구리무'를 사라며 두둘기던
그 북소리가 그의 가슴 속에서 출렁거렸다.
성황당 넘을때, 혼을 부르는 그 미쳐 갈 듯 혼미한 그 북소리가,
서울 변두리 곁방살이 때, 양철지붕위를 두들기던 새벽녁 소낙비 소리가, 종로 보신각의 종소리에서 섞여있는 만세 소리와 최루탄 터지는 소리가 그의 온몸을, 영혼을 흔들어 미친놈을 만들었다.
무대에 오를때마다 희열과 전율을 느끼고, 고통스럽게 탈진할
때까지 두드렸다.
포로로 잡혀와 '환각에 취해 능욕을 당하는 여자처럼' 그렇게 록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다 어느날, 벼락처럼 그의 뒤통수를 치는 '이상한 놈!'과 조우했다.
'염병이다! 정말로!'
'이대로가면 당신의 아이가 '배고파 밥줘!' 라고 말해도 못알아들을거다!'
원수진 놈이 악담을 하는게 아니라 그 놈이 실력있는
의사라는게 문제 였던거다.
소음성 난청질환, 신경성 난청질환,
'지랄이다. 정말!'
'병균이 괴릅혀서 걸린 병이 아니라 내가 나를 두드려서 생긴 병이란다. 정말 × 된거다!'
정말 어쩌라고!
두드리는 거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데...
여전히 두드리며 노동하듯 생각을 하다가 사방의 벽이 자신을 향해 조여오고 있는데도 두드림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소리의 벽은 더 빠른 속도로 그를 압박하고 급기야 그의 존재조차 소멸지경에 있을때, 최소리는
비로소 벽의 실체를 정면으로 본다.
사방에 견고한 벽이 있다면 그 벽 어딘가에 반드시 문이있다.
'벽은 문이다!'
그리고 그를 가두고 있는 벽 속의 문은 다행히도 문고리가 벽안쪽에 있었다.
소리를 본다!
최소리는 조심스레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늘 하던대로 두드리기 시작 했다.
두드림은 소망이고, 희망이고, 사랑이고, 평화였다.
들리는 소리! 보이는 소리!
무엇이 중한가?
'그 소리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풀씨처럼 들판에 날리든,
단단한 열매들 속에 스며들어 그 소리가 어느 봄 날, 피는 꽃잎속에서 연분홍으로 피어나든 그 것이 무어그리 중 할 건가!'
소리를 본다!
15세기에 태어나 동서양의 문예중흥기를 이끌며 소리와 그림의
예술적 지배력을 누렸던 세종 '이도'와 '레오날드다빈치'의 영혼을 품은 다중인격체 '최소리.'
그는 스스로 하늘의 소리를 전하는 메신저로 자신을 규정하고
이 악물고 세상을 두드리며 다구쳐 묻기만 한다!
' 진짜로 계속 두드리면 열릴건가?'
정말 최소리는 '나쁜 놈'이다!
세상에 선을 가장하고 '위선적'으로 사는 우리들 앞에서
저토록 악을 가장하고 '위악적'으로 '나쁜 놈'으로 잘 살아내는
'최소리'는 얼마나 외로울까!
오치우의 인물채집 최소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