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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향한 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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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사역하시다가
한 두해만에 끝내실 겁니까?'
(한의원 원장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세요'
'몸이 살려 달라는 소리가 안들리세요?'
(이비인후과 원장님)
'내가 보니께 종교가 없어 져야 혀'
'사람이 살고 봐야쥬'
(이층집 아재)
'우선 콩 국물이라도 쭈욱
드셔요 새로 갈아 보내니께'
(태안 서부시장 칼국수집 할매)
마치 작가들 같다.
나를 향한 말들이 싯귀 같다.
이주 동안 심히 앓고 있다.
계속되는 어지럼증에 한발짝을
움직이기도 힘들다.
주일 예배를 드려야 하니 아내가
태안으로 와서 운전을 해서 파주로,
주일, 티내지 않으려 교인들이 오기 전
미리 단위에 올라가 엎드려 기도한다.
병원 가기 싫어하는 내가먼저
병원을 가자 한다. 그리고 긴 시간을
문진, 검사, 진단, 결론은 고갈이란다.
몸이 견딜수 있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단다.
쉬란다. 일하지 말란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다.
지난 두달간을 심히 일했다.
페인트 칠 부터 시작해서
야외예배 준비까지...
부실하게 먹고, 쪽잠 자고,
대신할 누구라도 있으면
그랬을까? 조금은 덜해도
하긴 했을거다. 해야 하니까
그래도 귀와 뇌에 이상없고
잘 먹고 쉬면 나아질거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불꽃처럼 한 두해만 사역하겠는가?
라는 의사말에 그러고 싶다 했다가 혼났다,
어찌 아셨는가 이광실 목사님이
먹거리를 보내 오시고 칼국수
할매는 콩을 새로 갈아 콩국수랑
열무김치를 보내 오셨다.
이층집 아재는 내가 일하는거
아픈거 다 보았으니 더 속상했는지
목사 그만두란 소리는 차마 못하고
종교가 없어져야 한단다.
제일 할 말 많아도 꾹꾹 참고
운전하고 챙기는 아내는...
눈물로 기도한다.
다 내 탓이다.
걱정 끼치지 말고,
나를 향한 말도 듣고,
소고기 먹으라는 의사 말도 듣고,
쉬라는 의사말도 다는 아니라도
조금은 듣고,
오늘.
결혼 기념일,
미안합니다. 함께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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