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백꽃 필 무렵 *
  • 잠시 몸을
    기대고 있으려니 앞집에서
    쪽파를 뽑아 가라 문을 두드린다.
    섭섭해 하실까 밭으로 가
    뽑고 다듬기를 여러시간,
    손이 아프다. 밭에 간 김에
    방긋 솟은 냉이 몇 뿌리를
    케본다. 된장풀어 국이라도
    끓일 요량인데 향기가 없다.
    흙 냄새만 난다. 향이 없다면
    냉이가 아닌데...
    쪽파 올려 전이나 부쳐먹자.

    작년에는 보지 못했던
    동백꽃이 피었다.
    동배꽃 필 무렵이란 말의
    느낌은 참 여러가지 의미로
    느껴진다. 나만 그런건가?

    어느 때는 고즈넉함, 
    어느 때는 외로움,
    어느 때는 기다림,
    어느 때는 서러움...

    오래된 노랫말 때문인걸까?
    어린아이 때 모친이 홀로
    흥얼대며 자주들으셨던
    가요의 노랫말 때문에
    서러움인가 보다.

    태안에 와서 언제 필까?
    기다리다 보니 기다림인가?
    창문열면 보여서 고즈넉함인가?

    잠시 꽃말을 찾아보니
    뜻도 참 많다.

    비밀스런 사랑,
    굳은약속,
    당신의 사랑이 날 아름답게 한다,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향기없는 냉이, 
    그리스도의 향기 없는 교회들.

    동백곷 필 무렵이면 사순절이다.
    꽃말도 그렇고 이제 동백꽃은
    사순절 꽃이라 이름짓고
    혼자 흐믓하다, 참 좋다.
    서러워도 외로워도 기다림도,
    고즈넉하게 기다릴수 있겠다.
    부활의 그날을, 
    향기를 뿜을 그 날을. . .
  • 글쓴날 : [22-04-05 13:49]
    • 김정식 기자[kjs3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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