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를 마치고
아내가 왔습니다.
늘상 내가 달려온 새벽,
같은 길로 달려왔습니다.
텃밭 채소와 누군가 가져온
빵으로 소박하지만 정겨운
조찬을 합니다. 그리곤 바로
내가 못다한, 내가 못하는,
일들을 시작합니다. 쉼없이.
마늘도(절대 하지말라 했는데도)
마져까고, 평소 나름 최선으로
예배실, 수양관, 상담실, 화장실,
주방, 냉장고까지 청소했는데
아내의 눈은 역시 매의 눈인듯
구석구석을 찾아 쓸고, 닦고, 정리하고,
쓰레기가 한차나 나옵니다.
그리고...
꽤나 늦은 저녁 타고온 차는
내게주고 고장난 내차를 고친다며
새벽 예배를 위해 다시 돌아갑니다.
새날이 밝아옵니다.
새벽 예배를 드리려 예배실에 앉아
'아버지 주님!' 한 마디만 했는데
눈물이 쏟아집니다. 걷잡을 수 없게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막 눈물이 납니다.
감사? 회한? 격려? 후회? 계획하심,
사명? 모르겠습니다. 그냥 웁니다.
그래서 마음을 울게 놓아두었습니다.
어쩌면 아내와 난 마음이 또 기도가
일치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1. 남이 해준 것,
2. 남편이 해준 것,
3. 제육볶음
2번은 그냥 기분 좋으라 한 소리.
요 근간 딸의 문제로 상담을
해오신 집사님이 고맙다며 어제
출근길에 제육볶음을 해오셨습니다.
아마도 밤새 울었던지 두 눈이
퉁퉁 부은체...
받긴 받았지만 어떤말로
위로를 더 해야 할지 고맙다고
해야 할지...집사님을 보내고
우리 부부는 말 없이 냉장고에
고기를 넣고 다시 열지 못했습니다.
맛있다 먹을수가 없어서 아마
아내와 나의 맘이 일치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떠나는
어둑해진 길 위에서 한참을
배웅했습니다. 잘가라는
조심 운전하라는 말보다
미안해요라는 말로...
오늘 텃밭에는 보라색 꽃들로
가득합니다. 보라색 고난이라 했던가?
꽃술이 십자가 모양이라서 분홍빛 고운
일명 사모꽃이라는 낮 달맞이 꽃이
오늘은 참 붉은 색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더...아내의 모습과 일치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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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1-07-23 21:15: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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