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고비 넘긴 끝에 따낸 값진 박사학위
그는 이같은 장애로 인해 박사학위를 따는 데까지 숱한 역경에 부딪혔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기 전인 2012년 갑자기 숨이 차고 어지러움을 겪는 등 사경을 헤맬 정도로 심각한 빈혈이 찾아와 수년간 매주 수혈을 2팩씩 받아야 했다. 결국 그는 제대로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고 건강이 악화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박사학위 준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사과정 때인 2017년, 위를 옮기는 대수술도 받았다. 당시 그는 척추가 '제트'(Z)자로 굽어져 있어 위와 심장, 폐가 뒤엉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 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자 다시 박사학위 논문에 도전했다
그는 박사논문에 실린 '감사의 글'을 톻해 그동안 자신에게 응원과 격려를 비롯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준 사람들을 언급했다. 그 명단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사람은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다. 학부 때부터 박사과정까지 그를 지도해준 은사다.
특히 그가 투병으로 박사학위를 접으려고 결심했을 때도 무한한 지지를 통해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이 교수는 비장애인이 해왔던 기성을 답습하는 연구가 아닌 장애 당사자만 저술할 수 있는 인간 이진영의 삶이 녹여진 연구를 제안했다. 강남대는 지난 19일 교내 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해당 논문을 저술한 그의 공로를 인정해 우수논문상을 수여했다.
이 박사는 "부족함이 많았던 논문의 초안을 빨간펜 선생님처럼 지도해주신 덕분에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큼 건강을 잃었던 시기에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매일 기도를 해주고 제자를 포기하지 않고 붙들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상호 의존하는 사회
부모님도 그의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의 부모는 요즘보다 사회적으로 장애와 인권감수성이 떨어졌던 시대에 장애를 가진 딸이 자신의 장애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좌절된 삶을 살지 않도록 '너의 장애는 네 인생의 플러스 알파'라는 가치관과 철학을 심어줬다.
이 박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그가 친구로부터 장애를 비하하는 말로 놀림을 겪은 일을 부모에게 일렀다. 그런데 부모는 장애를 겪고 있는 초등생 자녀에게 정서적으로 마음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그 친구를 비난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딸에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설명과 함께 장애인을 모욕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마음 속으로 품어줄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성숙된 조언을 내놨다. 이는 그에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장애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계기는 물론 향후 살아갈 인생에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당당한 태도를 갖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박사는 "수많은 조력자들 덕분에 제 장애가 제 인생에 '플러스 알파'가 됐듯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도 그들의 장애가 인생의 '플러스 알파'가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런 조력이 제도가 되고 체계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저도 연구자로서 그들의 조력자 중 하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